
F-35는 흔히 "무겁고 둔중한 기종이라 불리한 WVR*을 회피하려 든다"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실제로 F-35는 이전 세대기체에 비하면 2배이상 늘어난 내부연료 탑재량과, 대형 내부무장창(CWB) 때문에 클린 상태 기준으로 무게와 항력 모두 기존 기체를 웃돌고 있는 기종입니다.
*가시거리 내 공중전
그렇다면 과연 F-35는 둔중한 기종이라 WVR에 불리할까요? 그리고 WVR을 회피하는 것은 F-35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F-35는 가능한한 근접공중전을 회피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F-35가 WVR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며, F-35만 WVR을 회피하는 것도 아닙니다.
<F-22의 전술 중 하나인 Grinder. WVR에 휘말려들지 않고 BVR만으로 상대에게 궤멸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존 최강의 공중우세기로 알려진 F-22 랩터 또한 근접 공중전을 가능하면 회피합니다. 실제로 랩터는 WVR에 돌입하지 않고 BVR만으로도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Grinder 전술을 구사하며, 업그레이드 방향성 또한 아군 자산과 협동하여 BVR을 수행할 것인지에 맞춰져있고, WVR을 잘 수행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입니다.

<2012년 8월 수행된 F-22의 AIM-9X 발사시험. F-22의 AIM-9X 통합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랩터는 WVR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Helmet Mounted Display(HMD) 및 그와 연동되는 기축선 밖(off-bore sight) 요격능력을 갖춘 AIM-9X를 운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2017) AIM-9X를 통합할 예정도 없으며*, HMD같은 경우엔 아예 확실한 통합일정 자체가 잡히지도 않았지요.
*2017년으로 예정된 increment 3.2B에서 통합예정
대신 2014년부터 배치될 랩터 업그레이드 계획(increment 3.2A)에서 촛점을 맞추는 것은 Link-16 데이터링크의 수동수신(receive-only)능력입니다.
이처럼 공중우세기인 F-22의 WVR 능력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더디고, WVR에서도 강력한 F-22가 BVR로 적을 궤멸시킨 뒤 이탈하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현대의 WVR 추세 변화에 있습니다.

<이전시대의 IRM(AIM-9M)과 현대의 Off-bore sight IRM(AIM-9X)의 유효 사격각도 비교. HMD와 결합된 AIM-9X는 전방 180도에 대한 사격능력을 가진다.>
현대의 WVR은 HMD와 off-bore sight IRM*이 등장한 이래로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미 현대의 WVR은 이전시대의 그것처럼 뛰어난 공력특성, 강력한 추력을 바탕으로 적의 꼬리를 잡아 IRM의 Seeker FOV*에 넣고, 록온 신호가 들리면 버튼을 누르는 식에서 한-참 벗어난 상태입니다.
*Seeker Field-of-View
이제 HMD와 연동된 IRM의 발사가능범위는 전방 180도에 달하며, 고해상도 열영상 시커를 장착한 IRM들은 더 이상 플레어같은 기만수단에도 잘 속지 않고 50G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고기동을 자랑하며 날아오지요.
이런 시대의 WVR에서 중요한건, 이젠 얼마나 에너지를 보존하며 지속선회를 해서 적의 꼬리를 잡느냐가 아니라, 에너지를 좀 잃더라도 타이트한 턴으로 적기를 향해 기수를 돌리고 쏠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습니다.

<F-35의 고받음각 기동능력은 최대 55도에 달한다.>
F-35는 이러한 공중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장 잘 받아들인 전투기에 가깝지요. 지속선회능력은 4세대기에 비교해볼때 그다지 특출난 편이 아닙니다만,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에너지를 잃더라도 순간적으로 기수를 돌리는' 능력에선 4세대기를 압도합니다.
대량의 내부연료로 인한 높은 익면하중에도 불구하고, F-35의 순간 선회능력은 4세대기 중 상당히 뛰어난 편인 F-18 호넷과 비견될만하며, 고받음각(High-AoA) 기동은 최대 55도까지 가능합니다. 참고로 F-16의 받음각은 FBW 소프트웨어에 의해 26도에서 락이 걸려있지요. 만약 이 이상 기동하게 되면 기체가 대단히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걸린 제한입니다.

또한 종래의 항공기들은 多:多의 WVR에 있어 예상치 못한 기습과 피아식별의 문제, 그리고 사격과 시야각이 제한되는 Dead-Six의 공포에 시달렸습니다만, F-35는 기체의 360도 방위각 전부를 커버하며 아군(Blue force)과 적군(Red force)를 식별하고, 이를 조종사의 HMD에 시현하는 EO-DAS를 통해* 기습과 피아식별의 문제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군기는 녹색, 적기는 빨간색으로 덧칠을 한 영상을 시현합니다.
게다가 EO-DAS와 HMD의 조합으로 기체 후방의 Dead-Six를 선점한 적기를 향해서도 공격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WVR을 결코 경시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F-35를 비롯한 5세대기는 가능한한 WVR을 지양하고자 할 것입니다.

<칠레공군의 F-5S. 로우급 기체지만 이스라엘제 Dash HMD와 Python-4 off-bore sight IRM을 장비하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비교적 염가형 기체에도 HMD+IRM 조합이 확산됨에 따라 막대한 돈과 최신의 항공역학 기술력을 퍼부어 만든 고기동 기체도, 재수없으면 고개를 까딱 돌려서 쏜 IRM에 "물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식의 근접 공중전에서는 더 이상 과거만큼 고기동성 달성을 위해 많은 돈을 들인 하이급 전술기가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적을 쓱싹 해치우는 식의 전과 달성이 어려워지죠. 물론 고기동성은 여전히 근접 공중전에서의 우위달성에 도움을 주지만, 이제는 "나는 하나도 피해를 안입고 적을 모조리 해치우는" 근접 공중전이 아니라 "재수 없으면 적이 HMD+IRM로 쏜 미사일 맞고 편대원을 잃을 수도 있는" 근접공중전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반면 BVR에서는 SA능력의 발전(AESA, Sensor fusion), LO/VLO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 비해서도 훨씬 압도적인 전과 달성이 가능해졌습니다.
WVR의 불확실성은 늘어나고, BVR의 불확실성은 감소하였기 때문에 압도적인 SA의 우세 속에 선 기체는 WVR에 말려드는걸 꺼리게 되었으며, 이는 F-22든, F-35든, SA능력이 떨어지는 적기를 상대로 하는 유러파이터든 똑같습니다.
실제로, NATO 공군이 공중표적에 대한 SA의 우위를 맘껏 누릴 수 있었던 1999년 '얼라이드 포스'작전 당시, 3월 24일의 야간 초계를 위해 출동했던 네덜란드 공군 F-16AM 편대 4기는 모두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 4발만 장착한채로 비행했습니다. 그리고 AWACS에 의해 식별된 세르비아 공군의 Mig-29를 향해 단 한발의 암람을 날려 격추했지요.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하에서 "BVR에선 열세하지만 WVR에서 고기동성으로 F-35를 압도한다!"는 유러파이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WVR에 참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BVR에서 숫적 우위/에너지 우위를 차지한 F-35이며, 만약 F-35가 이탈을 선택했을때, 이미 에너지를 상실한 유러파이터는 이를 추격하여 격추할 수 없습니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 수 있지만, 고양이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
또한 F-35가 WVR에 뛰어들어준다 할지라도, 숫적 우세에 더해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기동성과 우월한 상황인식능력을 갖춘 F-35 편대를 상대로, 유러파이터가 전황을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유러파이터도 HMD+IRM 조합으로 F-35 중 일부를 "물어버릴 수 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동시 다목표 대응이 가능한 BVR과 달리, WVR에서는 동시 다목표 대응이 불가능하고, 이는 유러파이터가 격렬한 순간선회로 F-35 하나를 공격함과 동시에, BVR의 결과로 우세한 숫자와 더 나은 에너지를 보존한 다른 F-35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됨을 의미합니다.
덧글
타격으로 이길수 있는데 굳이 그라운드로 갈 필요가 있는가?
물론 그라운드에 대비한 스킬과 연습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쪽의 피해를 최소하고 하고 동시에 이쪽의 장점을 최대로 살리는 장거리 타격전으로 승부를 풀어나간다!
자취생 식단 식으로 말하면
간단히 전자렌지로 끼니를 해결할수 있는데 꼭 가스렌지에 불을 올려야 하나?
물론 과거의 통념은 '불' 로 조리한 요리만이 진정한 끼니라는 말도 있지만, 레토로트 식품의 발달은 이미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3분간의 마이크로웨이브는 수십분의 가스비보다 저렴하고, 요리의 실패 확률도 적다. 그렇다면 나의 선택은, 전자렌지 3분카레이다!
이건 좀 아닌가요?
5세대기와 이전 세대기의 차이는 타격 전문가가 만약의 그라운드 시도를 대비하여 그라운드도 대비한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링 위에 연막탄을 던지고 야시경과 창으로 무장한 규격외의 상대가 난입하는 꼴이라서요. 왜 이런 불합리한 광경이 연출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편인 BVR편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어찌보면 미사일만능주의시절의 팬텀옹과 비슷하긴한데..... 그떄야 이래저래 족쇄를 채우고, 거기에 미사일성능도 고자라서 그랬던거고...
물론 5세대기도 같은 5세대기를 상대할 경우 교전 가능영역이 극히 줄어들지만, 최소한 5세대기는 적국의 항공전력 운용기반 상대로 서로 찌르기가 가능하지요.
스피릿이 너무 비싸다고 까이니깐 미공군은...
막히긴 막힐꺼임 허나 소련도 방공망에 2조달러 털어 부었을테니 우리가 훨씬 이득 ㄱㅅ
이라고 이야기 했었죠..
늘 그렇지만 개념상의 설계가 훌륭하다 하더라도 실전에 들어갔을 때 겪는 부분에선 다르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베트남전처럼 정치적인 제한이 걸린다면 또 다른 문제입니다만. 어쨌건 실전을 통한 결론이 나와봐야겠지요.
월남전 당시의 팬텀들은 일단 미사일 기술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데다 비현실적인 ROE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해서 원래 내야 할 퍼포먼스조차 못 낸 게 문제이니 조금 다른 케이스라고 봅니다.
덕지덕지 바른 센서와, 이를 재빠르게 융합-시현해주는 콕핏 디자인은 이전세대기에 비해 빠져나올 수 없는 딜레마에 뛰어들 가능성을 엄청나게 줄여줄 수 있지요.
(기분탓 이려나요??)
어쨋건 저런 매미없는 기체를 네자리 찍어낸다는게 꽤나 대단한 일인듯.
--> 뒤의 단어도 역시 WVR이 아닌가요?
요새 미국이 호구호구한다고 미군을 빙다리 핫바지로 보시는 병신이 몇몇 있는듯한데 쟤들이 쓰잘데기없는걸 요구사항에 넣겠습니까.
뭐 우리나라가 러시아쯤되면 호구파이터를 도입해도 잘 굴려먹을수 있겠지만 아니잖아요?
뭐 EADS를 호구로 망상하는 분 꽤 있지만 우리나라가 유럽쪽이랑 사업해서 기술이전 받은 실적이 어떤가를 생각하면 차리리 미국놈들은 창구가 단일화라 덜주긴해도 주긴 주지요.
한심하기도하고...
일단 FX3 사업이 빨리 끝나야 저 질떨어지는 아재들을 안보지...
F-35의 비용-리스크에 대해 얘기한다 -> 비용, 리스크 이전에 성능이 구리다고 한다.
이러니 버틸수가...